티핑 포인트: 작은 아이디어를 빅트렌드로 만드는

말콤 글래드웰 지음 | 임옥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04년


"이 책은 대단히 단순한 하나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발생하고 극점에 도달해 소멸했는지를 보여준다." 한 마디로 이 문장에 관한 책이다. 아주 깔끔한 컨셉이다. 그리고 물건을 만들어 팔아야 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이디어의 '전염'은 세 가지 요인에 결정적으로 달려 있다. 소수의 법칙, 고착성 요소, 상황의 힘. 소수의 법칙으로 (어떤 상품에 관한 아이디어가) 사람들 사이로 전염되는 연결고리의 역할을 하는 세 종류의 인물을 든다. 커넥터, 메이븐(maven), 세일즈맨. 가만 보면 우리 주위에도 세 종류의 친구가 항상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이 세 종류의 인간들은 대체로 의식적으로 노력했다기보다 대부분 성격 자체가 그런 인간들이라는 점이다. (물론 전적으로 그렇다면 우리가 이 책을 읽을 이유도 없다. 따라서 저자는 우리 역시 노력을 통해 그와 같은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하고, 그 방법도 알려준다. 본문 중간의 박스로 된 정리글은 아마도 한국어판 출판사의 편집자가 만들어서 넣었겠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 공간과 공간 사이를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잇는 인간들이 커넥터다. 물건의 장점과 단점을 꼼꼼히 따지는 데 자신의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를 자발적으로 쓰는 인간들이 메이븐이다. 그리고 설득력 있게 당신에게 이 물건이 필요하다고 말할 줄 아는 인간이 세일즈맨이다. 나 역시 일정 정도 커넥터에 가까워보인다. 좋은 책, 영화, 물건을 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친구에게 자발적으로 알려주고 추천한다. 숱한 네이버 블로그만 봐도 커넥터와 메이븐은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많다. 입소문은 그렇게 전염된다. 

고착성 요소는 <스틱>에서 본격적으로 다루는 내용이다. 우리는 어떤 이야기나 아이디어, 영화든 소설이든, 어떤 메시지는 시간이 오래 흘러도 잊어버리지 않는지, 그 메시지 자체에 내재한 공통적인 특징을 고착성 요소라고 부른다. 소수의 법칙, 이 그렇듯 일반화하여 정리하고 있다. 


상황의 힘,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심리학적 연구 결과를 곳곳에 버무려 작은 상황의 변화가 전염성을 점화한다는 주장을 증명하려 한다. 그러니까 저자 자신의 독창적인 연구의 결과물은 아니다. 가만 보면 지난 2~3년 동안 국내에서 유행한 각종 자기계발서, 경제경영서들은 대부분 심리학의 몇 가지 사소하지만 흥미로운 결과를 근거 삼아 인간의 사회적 행동 양식에 대한 사소하지만 흥미로운 특징을 일반화하여 전달하는 책들이다. 조금 영리하고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딱히 책을 읽지 않아도 사회 생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깨달음들이다.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우리는 이렇게 책을 읽는다. 선별된 기업의 성공 사례를 소재 삼아 이 주장이 신뢰할 만한 것임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90년대 중반 뉴욕지하철의 급격한 범죄율 감소의 진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에 대한 부분은 흥미로웠다. 여러 사회경제적 요인을 학자들이 꼽았고, 실제로 거기서 비롯된 영향이 있었겠지만, 여러 다른 사례와 비교해볼 때 유독 왜 이 시기 뉴욕의 범죄율이 감소했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어떤 인물들의 구체적인 행동에 주목한다. 당시 경찰서장이었던 인물, 뉴욕 지하철의 범죄율을 관리했던 경찰 관계자, 뉴욕 시장 등이 시행한 정책과 그 정책 이후의 변화를 보여준다. 지하철 외벽의 낙서를 지우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고, 무임승차자를 단속하기 위해 사복경찰을 대기시키고 즉석에서 벌금을 물리고, 단속에 따른 경찰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하철역 근처에 관련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임시 장소를 설치하고. 사람들이 어떤 금기를 어기는 데는 심리적 문턱이 존재한다. 흔한 낙서, 아무렇지 않게 무임승차하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 같은 것은 그 문턱을 낮춘다는 것이다. 고착성 요소를 가진 메시지에 주목한 소수의 커넥터, 메이븐, 세일즈맨이 메시지를 전파하게 하고 그것이 전염의 문턱(티핑 포인트)을 넘은 순간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일어난다는 것(상황의 힘). 


심리학 연구 결과가 어떤 행동과 배경의 요인 사이에 인과 관계를 제대로 증명해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상관 관계는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상관 관계에 대한 정보는 일상 생활에서 우리가 어떤 판단을 내릴 때 정보 처리에 따르는 비용을 줄여준다. 물론 그것을 인과 관계와 혼동해서는 안 되는데 불행히도 많은 사람이 그렇다. 단적인 예를 하나만 들어보자.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중 다수가 피우지 않는 사람들보다 성적 충동이 강렬하다고 이 책은 조사 결과를 들어 말한다. 그럼 성적 충동이 강렬해서 담배를 피우는 것일까, 담배를 피워서 성적 충동이 강렬한 것일까? 행동에 대한 단순한 관찰은 둘 중 무엇이 원인인지 설명해주지 못한다. 인과 관계를 밝히는 가설과 연구 방법, 그에 따른 실험의 결과를 통해 잠정적으로 신뢰할 만한 지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세 가지 요소를 가지고 이 책 자체를 분석해볼 수도 있다. 마케팅 이론은 책을 포함한 컨텐츠 상품 일반에 대한 이해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얼마 전에는 샤워하다가 방통대에서 마케팅 관련 강의를 들어볼까, 라는 생각도 했었다. 물론 일단은 생각만. 




티핑 포인트

저자
말콤 글래드웰 지음
출판사
21세기북스 | 2004-09-24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작은 아이디어를 빅트렌드로 만드는 티핑 포인트 안내서. 이 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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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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