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독서 - 21세기 일본 베스트셀러의 6가지 유형을 분석하다!

사이토 미나코 지음 | 김성민 옮김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6년 | 원작 2003년


일본의 한 문예 평론가(우리 식으로 말하면 출판 평론가로 불리는 사람들인 것 같다는 추측)가 일본 사회의 주요 베스트셀러를 30여 권을 직접 읽고 분석한 책. 그의 말마따나, 저 베스트셀러란 것들은 수십 수백만 부가 팔리는데 본인을 포함해 주위의 인사들(주로 출판계 인사들, 대학에 몸담은 사람들, 한마디로 먹물들)은 수십 수백만 안에 들어가는 일이라고는 없다는 사실에 분개하여 (실은 잡지사의 원고 청탁을 수락하여) 이들을 대신해 본인이 대신 읽어주겠다며 쓴 책이다. 잘은 모르지만, 티비나 영화 등을 통해 접한 일본인의 호들갑스러운 구어가 생생히 살아있다. 


제목과 부제의 부조화. (서평을 다 쓰고 나서 생각해보니 어쩌면 이 부조화가 이 책의 정체의 핵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번쩍!) 나는 그래서 제목은 한국의 출판사가 새로 지은 줄 알았다. 하지만 구글 번역기를 통해 확인해 보니 실제로 원제가 '취미는 독서'라고. 오히려 부제를 한국 출판사가 지은 듯하다. 부제가 무엇보다 이 책의 본래의 정체를 잘 드러내주지만, 부제만 봤다면 그저 실용서나 비평서겠거니 하고 냉담하게 지나쳤을 독서가들은 책을 읽는 내내 낄낄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할 것이다. 특히 당신이 '독서가'라는 말을 들으면 좋든 나쁘든 어떤 감정이 생긴다거나, 평소 스스로를 먹물이라고 조롱한다거나, 그런데도 취미가 뭐냐는 물음에 가장 솔직한 대답으로 결국 '독서'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면, 더더욱. 이 책을 읽는 출퇴근길에서 어찌나 웃었는지. 뒤로 갈수록 다소 힘이 약해지기는 하지만. 


삶의 교훈이나 인생론의 주요 테마는 늙음과 죽음이다(자고로 설교란 이런 법). 따라서 베스트셀러를 낳는 견인차 역할은 장년층이 하는 걸로 보인다. (...) 그런데 할아버지나 할머니들만 인생론을 읽는 게 아니라는 점이 신기하다. (...) 젊은이의 노인화란 말인가. 대학생도 늙음과 죽음을 두려워하는 시대란 말인가. 하긴 책을 읽는 것은 지루한 행위다. 어차피 지루할 바에 내용도 지루한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30~31쪽

그런데 이런 흔하디 흔한(좀 심했나) 자연과 실험책도 어른용, 특히 아버지용 '마술 자습서'로 펴내면 신기하게도, 순식간에 70만 명의 마음을 사로잡는 책으로 둔갑한다. 콜롬버스의 발견에 비유할 만한 일이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원인은 아버지의 심리에 호소했다는 '장치'가 전부라 해도 좋다. 77쪽


출판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다. (사실 나는 베스트셀러를 읽지 않는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를 갖고 있다. 세상에 읽을 책은 많은데, 베스트셀러는 너도 읽고 너도 읽으니 읽는 너희들이 내게 그 내용을 이야기해주면 된다, 나는 그 시간에 너도 읽지 않고 너도 읽지 않는 책을 읽을게, 정도의 마음?) 어쨌든 분명한 실용적인 목적을 갖고 집필된 책이고, 가볍고 경쾌하게 접근하고 있지만 저자 본인이 수십 년간 출판계에 몸담은 전문가여서, 도움이 되는 분석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 출판계는 일본 출판계를 수 년에서 십여 년쯤 뒤처져 있다는 말도 많은 출판인들이 공감하고 있으니까. 나 역시 조만간 사장님께 빌려드릴 생각이다. 


그나저나 제목이 참 아깝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국내 작가의 서평집 제목으로 달고 나온다면 딱이다 싶은 제목인데. 뭐, 누가 좋을까? 박민규, 천명관 같은 소설가? 




취미는 독서

저자
사이토 미나코 지음
출판사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6-08-1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21세기 일본 베스트셀러의 6가지 유형을 분석한 책. 21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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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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