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없는 사회 Society without God
필 주커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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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가 쓴 학술서이지만, 인터뷰라는 질적 연구 방법으로 전혀 지루하지 않게 글을 끌고 나가며, 틈틈이 연구의 흐름과 개념을 언급해준다. '들어가는 말'과 '나오는 말'을 읽어보면 서사적인 흐름을 염두에 두고 썼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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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깔끔한 책이다. 자기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이 책의 마지막 목적은 지극히 종교적으로 변해가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유난히 비종교적인 사회가 존재하는 이유를 탐구하고 설명하는 것이다."(18쪽)), 무엇을 말하지 못하는지, 연구 결과 자신이 적어도 말할 수 있는 것("종교적 정체성과 세속적 정체성이 사회적 여건과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이 무엇인지를 얼버무림 없이 분명하게 서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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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과 직관의 힘을 빌어 사람들의 삶을 설명하려 하지 않고, 자기가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를 전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기가 '어떻게' 보고 들었는지를 설명한다는 점이다. 즉, 몇 명의 인터뷰이를 어떤 방식으로 수집했으며, 그들의 세대, 계층, 가족의 이력, 인터뷰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했는지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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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점은 이런 대목이다. "스칸디나비아에 머무르는 동안 항상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이론적, 방법론적 의문이 하나 있었다. 뭔가의 상대적인 부재 상태를 어떻게 연구해야 하나? 뭔가가 널리 부족한 것을 어떻게 조사하나?"(133쪽) 무언가가 없다는 것을 어떻게 연구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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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스칸디나비아인들이 보여준 종교에 대한 놀라울 정도의 무관심을 "편안한 백지상태"라고 표현했다.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조사한 것을 바탕으로 나는 적어도 몇몇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부분의 시간 동안 '삶의 궁극적인 의미'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도 않고 신경도 안 쓴다는 가설을 세우기 시작했다."(129쪽) 종교를 믿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스스로가 무신론자라고 응답하기를 꺼려하는 현상을 '문화적 종교'라는 말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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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대목을 인상 깊게 읽었지만, 일흔이 넘은 한 노인의 대답은 정말로 꽤 충격적이었다.
"죽은 뒤에도 삶이 있다는 걸 안 믿으시는...?"
"그래요... 잘 모르겠어요. 잘 모르겠어. 내 경우에는 삶이 끝나면 모든 게 끝나는 게 확실해요."
"하지만 "삶이 끝나면 모든 게 끝"이라면 이 모든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인생의 의미가 뭐죠?"
"인생의 의미? 나는 지상에서 내게 주어진 시간을 누렸어요. 그 시간을 최대한 잘 보내는 것이 내 의무죠. 나는 좋은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했고... 정말이지 훌륭한 세월을 보냈어요."
"살다가 힘든 일이나 슬픈 일을 겪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시죠? 그럴 때 뭘 하세요?"
"뭐라고 해야 할까? ..난 슬픈 순간이 전혀 없어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소? 난 아주 행복하게 살았어요. 원하는 건 뭐든지 얻고, 직업도 원대로 다 해봤으니까. 아내도 얻고, 우리 두 딸은 아주 많이 배웠고, 손주들 넷도 머리가 좋아요."
"그럼 행복하신 건가요?"
"그럼, 물론이오. 뭐... 불만스럽고 화가 날 때도 있었지만 그런 건 다 자기 잘못인 것 같아요. 그래요. 하지만 날 지탱해줄 뭔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 적은 한 번도 없어요."
... 라르스 같은 사람들을 알아보고 이해하고 싶다는 깊은 소망, 그리고 라르스 같은 사람들을 이토록 많이 만들어내는 문화를 살펴보고 설명하고 싶다는 소망이 이 책을 쓰게 된 근본적인 동기다. 35~36쪽
종교와 비종교를 떠나서 이런 삶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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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당시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현암사의 <시민 K, 교회를 나가다>와 공동 서평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상금이 꽤 커서 다소 의아했는데, 책을 읽고 나니 충분히 그럴만했겠다고 생각했다. 욕심낼 만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