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ke it is

2014. 5. 4. 00:58


입시생처럼 지낸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구체적인 횟수까지 적기는 부끄럽지만 직장인으로서 거의 입시생에 준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춤은 음악에 맞추어 추는 것이어서 음악이 다르면 춤도 달라진다. 내가 추는 춤은 스윙에서도 린디 합Lindy Hop이다. 모든 음악에는 박자가 있으므로 클럽 음악이나 대중가요에 맞추어서 린디 합을 추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런 음악에 맞춰서 추는 것을 보면 내겐 전혀 린디 합스럽지 않다. 물 흐르듯 부드럽게 움직이는 센터나 스윙 특유의 박자감이 불가능하다. 춤을 추면서 나는 스윙 음악이 더 좋아졌다. 특히 150bpm 아래의 미디엄 혹은 슬로우 템포에 출 때 가장 즐겁고 편안하다. 대개 스윙 음악은 보컬이 없는 곡이 많은데, 그런 경우 보컬의 역할을 관악기나 피아노가 한다. 


반년이 지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빠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대개는 연애를 하지만, 춤이 뜻대로 되지 않아 흥미를 잃는 사람도 있고 그냥 이 춤이 그리 즐겁지 않아 흥미를 잃는 사람도 있다. 나는 세 경우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참 모자라고 매번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하지만, 재미를 잃지 않을 만큼 그럭저럭 따라가고 있고 이 음악이 정말로 좋아서 이 춤이 전혀 지루해지지 않는다. 


매일 춤을 출 때마다 내 문제점을 의식하고 자세를 바로 하려고 노력한다. 함께 추는 춤인 까닭에 이 춤에는 일종의 기예에 가까운 면이 있다. 닦고 연습해야 하는 면이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나와 손잡은 사람이 눈앞에 있고 그와 함께 춤을 춘다. 언젠가 더 잘 추기 위해서 춤을 추는 게 아니라 즐겁기 때문에 춤을 추고, 더 즐겁게 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잘 추려고 노력한다. 내게 춤을 잘 춘다는 것은 화려한 패턴, 마치 곡예를 보는 것 같은 에어처럼 화려한 동작을 할 줄 아는 것이 아니라, 음악 속에서 상대와 더 많은 것을 대화할 줄 아는 것이다. 


손만 잡아도 안다. 이 사람이 나의 춤에 얼마나 귀 기울일 줄 아는지 알 수 있다. 상대의 말에 기꺼이 귀 기울일 마음이 있고, 상대의 이야기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추임새를 넣고 맞장구를 치는 사람과 춤을 추면 즐겁다. 그런 사람과 춤을 추다 서로 눈이 마주쳤을 때, 우리가 말 한마디 나눈 적 없지만 이 음악 속에서 함께 즐거워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의 기분은 환희나 희열의 감정에 가깝다. 느낌은 조금 다르지만, 소개팅에서 만난 이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누는 일과도 비슷한 것 같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 날도 춤을 춘다. Like it is. 




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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