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자오선 BLOOD MERIDIAN
코맥 매카시 장편소설 |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09년
흐으으으으으으으으음.... 흐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음.. 이 책의 감상을 말하라면 이것으로 대신할 수 있겠다. <국경을 넘어>도 아니고 이 책을 읽은 한국인 독자가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본다. 그나저나 민음사 '모던 클래식' 시리즈는 하여간 책의 물성이 정말로 이쁘다. 근데 우연히도 나한테는 다 재미가 없었다.(우연인가?) 나랑 어울리지 않는 소설이었지만 아래의 구절 같은 묘사가 계속되었고, 그때마다 분명히 마음이 이상하게 설렜다.
북쪽 하늘을 빠짐없이 뒤덮은 뇌운에서 검은 덩굴처럼 벋어 내리는 빗줄기는 마치 비커에 묻어난 램프의 시커먼 그을음 같았다. 그날 밤 수킬로미터 너머에서 초원을 두들기는 빗소리가 그들에게까지 실려 왔다. 바위투성이 산길을 오르자니 저 멀리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산을 번개가 훤히 드러냈다. 벼락이 내려칠 때마다 바위가 울렸고 씻어 낼 수 없는 형광 물질 같은 푸른 불 다발이 말에 들러 붙었다. 부드러운 용광로 빛이 금속 마구에 번지고, 푸른빛이 총신을 물처럼 흘러 다녔다. 토끼가 푸른 섬광에 미쳐 날뛰다 우뚝 서고, 쩌렁쩌렁 울리는 높은 바위산에는 독수리가 익살스레 몸을 웅크리거나 천둥에 짓밟혀 한쪽 눈이 노랗게 갈라졌다. 2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