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코너 Falconer
존 치버 장편소설 | 박영원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양장)
처음 읽은 존 치버의 소설. 유명세를 따라 단편을 읽지 않고 어쩌다 장편을 읽었다. 띠지 카피에 혹해서 서점에서 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방금 전에 쓴 <핏빛 자오선>과 마찬가지로 나와는 썩 어울리지 않는 소설이었다. 굳이 사서 볼 필요가 있었나 하는 후회가 조금 있다. 그런데 1977년 미국에서 출간 당시에는 3주 동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시공간적인 맥락에서 벗어난 채로 읽으면 공감하는 범위와 깊이가 유독 달라지는 소설들이 있는 것 같다. 이 책, <핏빛 자오선>, 그리고 볼라뇨의 소설 중에도 몇 편.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 동거인의 책장을 보게 되었는데 그 책장이 참 반가웠다. 그중에 치버의 단편집 몇 편과 이 책이 꽂혀 있어 그에게 물었다. 치버는 어떻냐고. 팔코너를 어떻게 읽었냐고. 그는 자기가 가진 치버의 책 중에 굳이 꼽으라면 팔코너는 맨 마지막으로 꼽힌다고, <팔코너>만 읽고 나와 인연이 아니라며 더 읽지 않기에는 너무 아까운 작가라며 단편집을 꼭 읽어보라고 했다. 이런 독서가가 아직 세상에 있다는 게 얼마나 신기하고 반가운 일인지 모른다.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이 점점 멸종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이들이 얼마나 귀한 영혼을 가졌는지를 잘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