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별 ESTRELLA DISTANTE
로베르토 볼라뇨 소설 | 권미선 옮김 | 열린책들
가만 보니 볼라뇨의 소설들은 절반 정도는 머리 끝까지 좋았고 나머지 절반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이 작품은 그 중간쯤에 있는데, 좋았던 쪽에 조금 더 가깝다. 사실은 이 작품이 무슨 내용이었는지 상기하기 위해 책을 뒤적이는 동안 군데군데 읽은 대목들이 너무 좋았다. 후안 스테인, 디에고 소토, 로렌소 혹은 로렌사, 이렇게 세 시인의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이었다. 이 부분에 특히 밑줄을 많이 그어 놓았다.
이렇게, 단 한 번 읽고 언제 또 읽을지 모르는 채로 책장에 꽂아 두는 것 외에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두 번 다시 읽지 않을 것을 알면서 책을 책장에 꽂아 두는 건 다시 만나지 않을 걸 알면서 다음에 또 만나자고 인사하는 거나 다를 바 없지 않을까. 모르겠다. 그래도 오늘, 읽은 지 1년은 지나 다시 보게 되긴 했으니까. 이렇게 좋은 소설이, 이렇게 좋은 소설가가 세상에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