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와 완전한 세계, 김혜진 지음, 바람의 아이들, 2004

예쁘고 귀여운 책. 후배가 추천해준 책이다. 책을 읽어보니, 후배 말대로, 참 좋은 사람일 것 같다. 이력도 특이하시다. 일단 1979년 생이다. 연대 정외과 졸업하셨다. 책 표지와 책 속 그림들도 직접 그리셨다고 한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난 태어나서 지금까지, 동화 읽은 적이 거의 없다. 어릴 적에 책은 많이 읽었는데.. 우리 부모님 역시 자식 책 많이 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질 사주시긴 했다. 그게 위인전이었다. 어느 출판사인지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 위인전 읽고 또 읽고, 참 많이 읽었다. 위인전 대신 명작 동화들을 읽었다면 지금처럼 이야기 짓기에 어려움을 느끼진 않을텐데. 난 결정적으로 서사에 약한 것 같다. 이야기를 상상해보라고 하면 아득하다.
읽은지 좀 되어서 가물가물하다. 세 권이 시리즈라던데. 2편 '지팡이 경주', 3편 '아무도 모르는 색깔'. 사람들 리뷰를 좀 읽어보니 다들 재밌다고 난리다. 무엇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일품이다. 빌려보던가 사서 보던가, 2편과 3편도 꼭 읽어봐야겠다.
동화답지 않게 책이 무쟈게 두껍다. 500쪽이 넘는다! 그치만 글씨가 큼지막하고(11포인트 정도?) 줄간격이 넓어서(180% 정도?) 금방 읽을 수 있다. 이틀만에 다 읽었었다. 
주인공 아로는 어느 날 도서관에서 이상한 책을 발견한다. '완전한 세계'와 이어진 책. 완전한 세계는 모든 것이 완전하지만, 단 한 가지가 불완전하다. 불완전한 세계의 '읽는이'가 완전한 세계의 그 책을 읽어주어야만 '완전해' 질 수 있다는 것. 읽는이가 나타나 책을 읽어주지 않으면, 완전한 세계의 모든 일이 기록된 책은 곧 넘쳐나게 되고, 세계는 붕괴되기 시작한다.

"그 책과 브로치는 완전한 세계 바깥에 있거든. 세계 바깥에서 읽는이가 책을 발견했을 때에야 그의 손에 들려 이 곳으로 올 수 있어. 그러니 완전한 세계 사람들은 읽는이 없이는 책표지도 볼 수 없는거지. 그런데 이번엔... 우린 정말 오래 기다렸어. 이야기가 쌓이고, 고이고, 넘치고, 그리고 썩었어. 그래서 완전한 세계엔 문제가 좀 생기고 있어. 그래도 다행이야. 읽는이가 왔으니 그 문제들은 해결될 수 있는거야." (40쪽)

아로는 완전한 세계의 열두 나라를 여행한다. '마법과 지식의 별꽃나라, 인어들이 함께 사는 호수섬, 하늘을 나는 공중도시, 광활한 초원나라, 다채로운 색의 색채나라, 음악이 울려 퍼지는 노래나라, 바다 건너의 섬나라, 기술을 가르치는 건축도시, 밤과 어두움의 가면나라, 동물 인간들이 사는 산나라, 불을 만들어 내는 불의 나라, 그리고 꿈을 자아 보내는 꿈의 사막.'(54쪽) 모두 특이하면서 재밌고, 의미심장하다. 특히나 '별꽃나라'와 '호수섬', '가면나라'가 그랬다. 책을 잃어버린 뒤 그 대신 최초존재들을 만나 사본을 받는 장면들 중에서, 특히, 초원나라의 최초존재 '최초의 바람'을 만나는 장면. 바람이 망자들을 위로해준다는 생각은 어떻게 했을까? 내 생각에 바람은 망자와 산 자 모두 위로해주는 것 같다.
책을 읽는다는 것, 이야기를 읽는 행위에 대한 흥미로운 메타포로 가득하다. 게다가 동화답고, 그래서 아이들이 읽기에도 무척 좋다. 입소문으로 알음알음 꾸준히 팔리고 있다고 한다.
복잡한 머리를 쉬게 하고 싶은 분들, 그럼에도 무언가 남는 것이 가득한 책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강추!

아로와 완전한 세계 (높새바람 6)
카테고리 아동
지은이 김혜진 (바람의아이들,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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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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