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A GOOD MAN IS HARD TO FIND (1948년)
플래너리 오코너 Flannery O'Connor 소설집 | 정윤조 옮김 | 문학수첩 (2014년)
1925년에서 1964년. 서른아홉. 젊을 적에 이미 자신이 병으로 일찍 죽을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책을 거의 다 읽을 때까지 작가의 성별을 모르고 있었다. 별 고민 없이 남자의 글로 여기며 읽었다. 생각거리가 있는 경험이었다.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강
당신이 구한 생명은 당신 자신의 것인지도 모른다
뜻밖의 재산
성령이 깃든 사원
검둥이 인형
불 속의 원
적과의 뒤늦은 조우
선한 시골 사람들
망명자
이번 겨울에 소설을 다시 읽으면서 우연히 소설리스트라는 잡지를 알게 되었다. 금정연, 김현우, 김중혁, 김연수, 이다혜, 김준언, 박현주 등의 서평가, 소설가, 기자, 작가, 번역가 들이 모여서, 새로 나온 소설에 별점과 짧은 평을 남기고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가장 좋았던 소설을 꼽는다. 따로 돈을 벌 생각으로 꾸리는 곳이 아니어서 쓸데없이 눈을 어지럽히는 것이 없다. 광고나 광고로 유인하는 것들, 문장과 글에 덧붙는 군살 말이다. 이곳의 필자 중 여러 명이 2014년의 소설 베스트 셋에 플래너리 오코너를 꼽았다. 책을 읽어 본 적 없는 서평가 금정연도 이 책을 꼽았다. 도서관에서 문학수첩 판 소설집을 빌린 다음 현대문학 판 세계문학 단편선의 책을 구매 신청 했다. 첫 번째로 수록된 작품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는 좀 심심했다. 그렇게까지 좋다고 할 만한 소설인지 의문이었다. 스릴러의 냄새가 조금 났다. 그런데 다음 작품,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면서 더 좋아졌다. 왜들 그렇게 좋아했는지 알 만했다. 시대를 불문하고 보편적인 걸작이라기보다, 오늘날 한국에서 특히 인상적으로 와 닿는 면이 있다. 레이먼드 카버가 좋아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되었다. 일단 작품의 구조가 닮았다. 내가 읽은 카버나 치버의 소설과 다른 점이라면, 오코너의 단편에서는 사람이 심심찮게 죽는다. 읽지는 않았지만 에드가 앨런 포 같은 미국 단편 작가의 스타일에 가깝지 않을까 추측했다. 작은 양장본으로 만들어서 한 손으로 들고 읽을 수 있게 만든 것이 좋았다. 하지만 본문 디자인이 별로였다. 이런 데서 출판사 탓을 하게 된다.
아이는 목을 앞으로 빼고 두 손을 옆으로 늘어뜨린 채 멍하니 서 있었다. 꽉 눌러쓴 모자에는 주름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다친 여자는 일어나서 아이에게 주먹을 흔들어댔고, 구경하던 여자들은 안쓰럽다는 듯이 그 모습을 바라보았지만, 아이는 그들이 존재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검둥이 인형, 196쪽
장군은 정수리에 작은 구멍이 뚫린 기분이었다. 게다가 그 구멍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 그는 정수리에 난 구멍을 통해 음악이 머릿속으로 직접 파고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혹시 저 검은 행렬까지 들어오는 건 아닐까 잠시 고민을 했다. 적과의 뒤늦은 조우, 26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