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2년 


그의 책을 거의 다 읽은 줄 알았는데, 확인해보니 그렇지는 않다. 아마 처음으로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을 읽었던 것 같고, 그다음 <여행, 혹은 여행처럼>을 읽었다. 하지만 사이사이 한겨레에 연재 중인 칼럼 '정혜윤의 새벽 3시의 책 읽기'를 꾸준히 읽어온 탓이었나 보다. 


내 블로그에서 '정혜윤'이라는 이름으로 검색해보니 한 페이지가 넘는 글이 나온다. 나는 그녀의 추천으로 많은 책을 선택했고 그리고 읽었다. 그렇게 읽은 책들 중 많은 책들이 좋았다. 대표적으로 <로지코믹스><칠레의 밤>이 있고, 그 밖에도 여러 책들이 있다. 그는 대개 소설을 추천하지만 본인은 가리지 않고 읽는 사람이다.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는 동안에도, 지하철 플랫폼에 서 있는 동안에도 책을 읽는 그는 다독가이다. 그렇게 읽으며 쓴 문장으로 책을 썼다. 그는 여기서 나아갔다. 라디오 피디가 되어 사람들을 만나고, 삶의 틈틈이 만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과 삶에 대한 이야기로 담는 드문 산문가가 되었다.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과 <여행, 혹은 여행처럼> 사이에 바로 그런 나아감이 있다. 그리고 이 책 <삶을 바꾸는 책 읽기>는 <여행, 혹은 여행처럼>의 연장선상에 있다. 시사IN에 연재 중이었던 글과 겹치는 내용이 많아 음, 이야깃거리가 바닥이 나나 보다, 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럴 법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프레시안에서 북 토크, 라고 해야 하나, 그런 자리를 한 달에 한 번씩 갖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오래 걸려서 읽었다.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만큼은 놀랍지는 않았다. 때로 짜증이 나기도 했다. 이렇게 일관되게 책을 사랑해온 독서가, 책에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데까지 나아간 이토록 모범적인 독서가라니, 한편으로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 (...) 그런데 그러고 나면 또 이런 생각이 들어요. 떠나 봤자 뭐 할 건가? 별 수 있나? 거기서도 결국은 왁자지껄한 사람들 소리를 또 듣고 싶어할 텐데. 볼 것, 못 볼 것 다 봐도 결국은 여기밖에 없어요. 그런데 꼭 재즈가 그런 음악 같단 말이죠. 뭔가 찡하니 외로운데 금세 신나서 떠들썩해지잖아요. 그것도 아주 즉석에서요. 이것들은 속도 없나 싶을 때도 있어요. 근데 그게 나 같은 사람도 이해 못 할 게 없단 말이죠. 표현을 안 할 뿐이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그렇지. 우리가 악기가 있나 뭐가 있나. 그래도 밤에 재즈 들으면 꼭 딴 세상에 가는 것 같은 기분도 드는데, 그 딴 세상이 딴 세상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13~14쪽

약함 대신 강함을 선택했다는 건 힘이 세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강함은 육체적 힘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위험이나 불안을 피하거나 맞서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는 선택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문제(), 바로 '자신을 존중하는 선택을 할 것인가, 자신을 포기하는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의 가치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걸어갈 길을 선택했습니다. 이 질문과 선택은 언젠가 우리 모두가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책에서 본 낙관적 비관주의자의 모습을 그에게서 봅니다. 그는 불안하기 때문에, 깊게 절망했기 때문에 변화를 향한 의지를 불태웁니다. 

이렇게 해서 한 해고 노동자가 제게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 줬습니다. 그의 이름은 이창근입니다. 82쪽


이 책은 특이하게도 경어체로 쓰였다. 나는 경어체의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느 대중 강연을 바탕으로 책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의 글이 참 좋았다. 그가 들려주는 책과 삶에 관한 이야기들이 여전히 좋았다. 그는 대학에서 공부를 하거나 혹은 읽고 쓰는 일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읽으며 사는 일에 관한 참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그 같은 사람이야말로 '독서가'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도 썼듯이 그는 장정일과 함께 내가 믿고 따르는 독서가이다. 그들은 나의 종족의 까마득한 선배들이다. 이 책 역시 개의 귀가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몇달 전에 다 읽은 책이기도 하고, 한편으로 그의 이야기가 이전만큼 놀랍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 대부분의 귀를 다시 펼쳐두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나의 선배다. 


그는 "당신이 책을 읽고 무엇을 하는지 말해주십시오."라는 문장을 책의 말미에 가서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던진다. 그는 읽어야 한다, 읽어야 해요 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앎과 삶을 함께 고민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그러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바로 그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그래서 결국 우리에게 묻도록 만든다. 


 저요? 저 말이에요? 저는 일요일 밤, 늦은 밤, 10시에서 11시가 되어가는 이 밤(두 편의 글을 쓰고 난 지금은 자정을 넘긴 00시 30분), 아무도 없는 이 밤, 음악도 틀어놓지 않고 거실에 홀로 앉아 이 글을 쓰고 있어요. 이런 글로 누군가에게 나를 보여줄 수 있다,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은 이미 버렸어요. 글은 내가 아니에요. 나는 글이 아니에요. 내게는 단지 써서 '남겼다'는 게 중요해요. 그것만이 중요해요.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저자
정혜윤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2-06-25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독서의 기술’이 곧 ‘삶의 기술’이다!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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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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