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멋대로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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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데릭 젠슨 (삼인,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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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 젠슨의 '네 멋대로 써라' 라는 책이 있다. 그는 글쓰기의 첫번째 규칙으로 '지루하지 않게 써라!'를 꼽는다. 두번째 규칙으로는 '재밌게 써라!'를 꼽는다. 세번째, 네번째, 다섯번째, 여섯번째 규칙 모두 '지루하지 않게, 재밌게 써라!' 이다.

물론 어떻게 하면 재밌게 지루하지 않게 쓸 수 있는지 알려 준다. (내 식대로 요약하면) 솔직하게 쓰라는 거다. 자기 삶의 경험들을 쓰라는 거다. 왜 흔히, '글을 쓰며 마음 속 상처를 치유'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릴 적을 보낸 내 방에서 느끼는 위화감을 글로 한 번 써보라는 거다. 잊을 수 없는 기억들, 상처, 아픔, 고통, 증오 모두 글로 쓰라는 거다.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정말 그러면 좀 나아질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까지처럼 도망치는 길을 택했다. 보지 않으면 잊을 수 있다. 다시 기억날 때 까지는.

정말 재밌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딱히 미니홈피 돈으로 꾸미는 게 아닌데 방문 수가 많은 그런 친구들이 있다. 나도 즐겨 찾는 친구들이다. 글로 접하는 그 친구들의 삶이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블로거들 중에서는 우석훈 이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 블로그도 그런데, 이 사람 글은 소설도 아니고 사설도 아닌데, 읽으면 무조건 재밌다. 마치 인터넷 만화 보는 것처럼 시간가는 줄 모른다. 왜 재밌지? 지금도 궁금하다. 딱히 꼬집어 이유를 말하긴 힘들다. 일단 아는 게 많아서 인 것 같다. 삶의 경험이 참 풍부하고 폭넓다. 안 해 본 게 거의 없는 사람이고 국제적으로 놀아본 사람이니까. 그리고 본인 말마따나 'C급 경제학자' 여서 일까, 어깨에 힘 안 들어간 게 마음에 든다. 성격 특이한 사람과는 피곤한 관계만 맺지 않으면 훨씬 즐겁다. 괴팍하다는 건 이런 좋은 점도 있지만 사실 힘든 점이 더 많을 게다. 능력이라도 없으면 인정받는 건 고사하고 무시당하기 일쑤니까.

데릭 젠슨은 일곱번 째부터는 구체적인 규칙을 제시한다. 목차에 나온다. 여기다 적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는 아예 이 책을 사서 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데릭 젠슨이라는 사람도 참 특이한 사람이다. 거의 반문명주의자 수준인데, 내일 지구가 망하면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학생들은 섹스를 죽도록 한다, 기타 등등 답을 내놓는다. 데릭 젠슨은 "다이너마이트를 껴안고 댐을 폭파시키겠"단다. 왜? 댐 때문에 연어가 죽어 가거든.

책을 쓰는 지금은 교도소와 대학에서 글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벌을 치고 있다. 양봉업을 부업으로 하는 셈이다. 최근 읽는 '철학학교'라는 매우 유쾌한 철학 입문서의 저자 스티븐 로 는 우체부 일 하며 대학에 배달하러 다니다 도서관에서 철학 공부를 해 철학자가 됐다고 한다. 책도 진짜 재밌다. 솔직히 이런 사람들과, 한국 중고등학교 나와서 명문대 철학과 들어간 사람이 쓸 수 있는 글은 천지 차이, 하늘과 땅 차이가 나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우리네 삶을 죽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지는 말자. 어쩌 것는가. 나도 이제사 유럽 고딩들과 대학 신입생이 기본으로 읽었다는 서양 고전들을 읽어 나가고 있다.

솔직하게 글을 쓰자는 거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이 것 또한 무쟈게 어려울 것 같다. 한국 대학생들이 솔직한 글을 쓸 수 있었다면 진작에 등록금 내리지 않았을까?

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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