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세대절망의세대에쓰는희망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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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우석훈 (레디앙,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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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0. 27 00:55  
‘20대’의 미래는 온통 우울한 것일까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권순범 기자 메일보내기

88만원 세대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12000원

 

△ 88만원 세대
나는 20대 초반에 속한다. 고향은 대구다. 고향에 있는 국립대 사범대에 진학할 수 있었지만 서울로 가고 싶어 막무가내로 상경했다. 비싼 물가, 집세, 게다가 등록금까지 감당하셔야 하는 부모님에겐 마음 한 켠에 언제나 죄송함을 안고 있다. 고등학교 친구들 대부분은 고향에서 대학을 다닌다. 전문대에 약 20%가 진학했고, 대학에 가지 않은 친구들이 10%다. 나머지는 어떻게든 4년제 대학을 다닌다.  

지난 추석 오랜만에 모여 술을 마셨다. 바랐던 것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 다들 한 마디 씩 하기 시작했다. “내는 인제 뭐해먹고 사노?” 그나마 국립대 다니는 친구들은 지역 중견 기업을 바라볼 정도는 된다. 그러나 여기에 시쳇말로 장사 안 되는 학과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런 학과의 전공생 절반은 예측 가능성이 전무한 미래 때문에 3학년까지는 학점 관리하고 4학년에 휴학하고 서울 신림동에 자리잡는다.

서울에 있는 잘나가는 대학의 학생들에게는 좀 어색한 이야기다. 다들 어떻게든 취업은 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디 가느냐를 두고 마찬가지로 마음 고생이 심하다. 그래도 인문계열 전공생 절반이 고시 준비를 할 정도는 아니다. 교환학생 제도가 늘어나면서 외국으로 나가는 친구들도 많다. 

서울․수도권이 고향인 대학생들은 지역 대학생들이 어느 정도로 먹고 살기 힘든지 잘 모른다. 대다수 대학생들은 실업계에 다닌 뒤 바로 사회로 진출하는 또래 친구들의 삶은 모른다. 아마 그들의 삶은 훨씬 고생스러울 것이다. 대학생 80%의 시대에 나머지 20%는 차라리 사회적 약자다.

『88만원 세대』는 “눈물없이는 보기 힘든” 책이다. IMF를 거쳐 한국 사회가 새로운 구조로 변화할 때 대학에 입학한 20대는 취업을 위한 ‘세대 내 경쟁’뿐만 아니라 윗 세대들과 ‘세대 간 경쟁’까지 거쳐야 한다. 지금 10대와 20대는 미래를 인질로 잡힌 채 청소년기를 보내고, 부모 세대는 자식의 생존을 인질로 잡힌 채 사교육 시장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동시에 저자는 곳곳에서 현실 가능한 대안을 제시한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도 있고, 당장 시행 가능한 것도 있다. 그렇다고 구조적 환경이 변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라고 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20대들에게 다양한 독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20대’라는 세대감을 자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이 너무 힘들다는 것, 대안들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알기에 불쾌감이 커져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책을 다 읽은 순간, 언젠가 기회만 된다면 ‘한국’을 뜨고 싶을 정도였다. 외국에 교환학생으로 간 지인들의 미니홈피에 당장 방명록을 남기고 싶었다. “한국 오기 싫댔지? 오지 마라. 거기서 눌러 살 방법 있으면 절대 오지 마!”.

『88만원 세대』는 그래서 눈물난다. 20대가 아니라면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긴 놈이 다 가지고 진 놈에겐 기회마저 주지 않는 ‘승자독식’의 시대에 단지 누가 먼저 죽느냐를 판가름할 뿐인 ‘개미지옥’이 바로 이 곳임을 깨닫는 순간 지독한 불쾌감이 엄습한다. ‘에이, 설마 그 정도냐?’라고 반문한다면, 파리에서 박사 학위를 따고 UN에서 일하다 한국 재벌 기업에 잠깐 몸담고 정부 기관에서 일해본 적 있는 경제학자인 저자의 말을 전하고 싶다.

“지금 이대로라면, 안정적이며 고임금의 5% 일자리를 위해 나머지 95%가 경쟁하는 승자독식 게임이 곧 우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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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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