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조건(한길그레이트북스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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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한나 아렌트 (한길사, 199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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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말 오랜만에 머리 싸매고 책 한 권 읽었다. 바로 이 책, '인간의 조건'이다. 다 읽고 나서 여전히 이해 안 되는 부분도 많았다. 그러나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기 때문에 머리 싸맨 보람이 있었다.

아렌트는 인간의 '활동적 삶 vita activa'은 노동, 작업, 행위 가 대표적이라고 봤다. '사유'도 활동적 삶의 하나로 포함되나 책에서 다루지는 않는다. 노동은 인간이 형체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일들로서, 노동의 결과물은 금방 소비되며, 노동과 소비는 하나의 순환을 이루고 있으며, 그래서 노동은 자연의 흐름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작업은 인간이 자연과 분리돼 인간 세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영속적인' 생산물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사유를 사물화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 법률을 제정하는 것, 건축, 의자를 만드는 것 등이 작업의 범주에 포함된다. 내가 보기에는 작업의 범주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개념이 다소 억지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행위는 활동적 삶의 의미에 가장 가까운 활동이라고 봤다(사유를 제외하고). 아렌트가 '행위와 말'이 성공한 유일무이한 사례로 드는 곳은 바로 폴리스인데, 폴리스에 대한 애정을 책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단순히 '행위와 말'이 가장 훌륭한 활동적 삶이며,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행위와 말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는 힘들다. 근대는 노동을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훌륭한 것으로 끌어 올렸고, 근대 이후 사적 영역이 공적 영역을 잠식해 '행위와 말'이 가능한 공적 영역이 대부분 사라졌다.

사회적 공화주의는, 모든 국민의 주권자로의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복지를 사고한다. 국민 주권은 국민들의 삶에서 최소한의 공통성이 수립되어야 가능하다. 그러할 때, 국가 내부에서 '공적 영역'이 가능하고, 또 공적 영역에서 발언할 수 있는 시민들이 늘어날 수 있다.

책 없이 쓰는 건 이 정도. 어쨌든 많이 어려운 책이었지만 폴리스에 대한 관심이 인상 깊었다. 또, 행위와 말이 인간에게 무척 중요한 것이라는 주장에 공감했다.

한편 강유원 씨는 아렌트에 대해 '제2의 로자'라는 평가를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흥미롭게 읽었다. 실제로 아렌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내가 어찌 알 수 있겠냐만, '제2의 로자'라는 평가가 다소 과장된 것 같다는 점엔 마음이 끄덕인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이 스타일의 대표적인 저작으로 간주된다. 그 책에 등장하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은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그의 첫 주요 작품인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반유태주의와 제국주의라는 기원들은 사실 그리 진지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중요하게 다루었어야 할, 전체주의의 가장 중요한 원천인 종교 재판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조차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렌트에 대한 카우프만의 평가는 다음과 같이 집약된다. “아렌트는 화젯거리를 쉴새없이 다루는 것을 좋아했으며, 견실함의 모자람이 정도를 넘어섰다.”(‘인문학의 미래’)

요기로 가면 읽을 수 있다. 
본문은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3406

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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