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공장 - 소설가 김중혁의 입체적인 공장 산책기

김중혁 쓰고 그림 | 한겨레출판 | 2014년


『한겨레신문』에 1년여 동안 연재한 글을 모은 책이다. 연재 당시에 우연히 글을 보고 기획에 감탄했었다. 진즉 단행본 계약이 되었겠다고 생각했다. 현직 소설가가 15개의 공장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그 목록은 다음과 같다. 제지 공장, 콘돔 공장, 브래지어 공장, 간장 공장, 가방 공장, 지구본 공장, 초콜릿 공장, (글 공장,) 도자기 공장, 엘피 공장, 악기 공장, 대장간, 화장품 공장, 맥주 공장, 라면 공장. 평가가 쉽지 않다. 우선, 독자로서 나는 아쉬움이 있다. 글을 쓰기 직전에 샤워를 하면서 생각해 보았다. 이 글을 신문에서 처음 읽은 이후로 기계 평론가 이영준 선생의 글 같은 내용을 기대했던 것 같다. 저자도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장의 진짜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입체적이고 복잡할 것이다."(10쪽) 기대를 불러일으키지 않는가? 한마디로 말하면, 나는 지금보다 더 진지하기를 원했다. 기대를 완전히 배반하지는 않았다. 대체로 뒤로 갈수록 글의 밀도가 높았다. 한편으로 편집자로서 나는 이 책의 만듦새에 어느 정도 납득했다. 이 책은, 특히 초반부는 작가가 평소에 쓰는 산문의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글이 더 밀도 있기 위해서는 시간과 품을 더 들여야 한다. 소설도 아닌 글에 원고료 이상의 노동을 들여서 합의한 콘셉트보다 더 나갈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 공장에 대해서 더 재밌는 글을 쓸 수 있을 텐데!


대장간의 주인장은 기다리는 사람이 한 명 있다고 했다. 중학교 때부터 대장간을 드나들던 아이가 있었는데, 대학을 졸업하면 대장간에 일 배우러 오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작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들어갔으니, 앞으로 몇 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대장간의 주인장이 아이 이야기를 할 때 싱긋거리는 것을 봤다.

"애가 만드는 걸 무지하게 좋아한대요. 어릴 때부터 그렇게 쇠를 두드려서 뭘 만들었대요. 자주 찾아와서 일하는 걸 지켜보고 하길래, 엄마가 반대 안 하시냐 물었더니 이미 설득을 했대요. 한번 믿고 기다려봐야지. 우리는 일자무식이지만 그 아이는 대학까지 졸업하고 나면 뭘 해도 나보다 잘하겠지." 201쪽




메이드 인 공장

저자
김중혁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 2014-09-19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나라는 존재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산으로 만들어진 조립품”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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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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